세월을 뛰어넘는 뮤지컬 명작들의 귀환: 한국의 ‘명성황후’와 뉴욕의 ‘밀크 앤 허니’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예술은 언제나 관객의 가슴을 깊게 울린다.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해 오는 3월 30일까지 이어지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30주년 기념 공연은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15년 처음 명성황후 역을 맡은 김소현과 2018년부터 고종으로 합류한 남편 손준호가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 부부에게 이번 시즌이 더욱 남다른 이유는 따로 있다. 극 중 세자의 나이가 어느덧 실제 아들의 나이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명성황후가 죽고 난 뒤 고종과 세자가 함께 노래하는 장면의 리허설을 지켜보던 김소현은 걷잡을 수 없는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엄마의 입장이 되어 인물에게 다가가다 보니 명성황후라는 역사적 인물이 마치 자기 자신처럼 느껴졌던 탓이다.
200회 대기록과 장기 흥행을 이끈 철저한 자기 관리
남편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연기적으로도 훌륭한 시너지를 낸다. 왕족 부부의 실제 생활이나 사랑에 대해 두 사람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다. 물론 부부 이전에 프로 뮤지컬 배우인 이들은 서로를 향한 냉정한 조언도 서슴지 않는다. 동료들끼리는 자존심 문제로 쉽게 꺼내지 못하는 연기나 노래에 대한 피드백도 이들에게는 일상이다. 김소현은 남편의 가감 없는 조언이 오히려 자신을 기분 좋게 긴장시킨다고 말한다. 단지 사생활이 전혀 없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며 두 사람은 유쾌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는 16일은 배우 김소현에게 무척 뜻깊은 날이다. 작품에 합류한 지 10년 만에 개인 통산 200회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이 진행되는 ‘성스루 뮤지컬’의 특성상 그녀의 일상은 오로지 완벽한 무대를 위해 맞춰져 있다. 공연 전에는 쌀밥과 김으로만 가볍게 끼니를 때우고, 시즌 중에는 가장 좋아하는 커피마저 과감히 끊는다. 심지어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쉬지 않고 전곡을 부르며 연습에 매진한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는 손준호가 목이 상할까 봐 말릴 정도로 그녀의 연습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작품이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김소현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 역사 자체의 힘과 관객의 마음이 통하는 뭉클한 지점들을 꼽았다. 이에 덧붙여 손준호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훌륭한 음악, 그리고 대본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관객과 호흡하려 했던 창작진의 헌신적인 노고가 장기 흥행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울려 퍼지는 낭만적 유머
태평양 건너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에서도 과거의 명작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뜻깊은 작업이 한창이다. J2 스포트라이트 뮤지컬 극단(J2 Spotlight Musical Theater Company)은 제리 헤르만의 첫 번째 브로드웨이 뮤지컬인 ‘밀크 앤 허니(Milk and Honey)’의 캐스팅 라인업을 발표하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돈 아펠이 대본을 집필한 이 작품은 이스라엘로 휴가를 떠난 미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다. 이번 리바이벌 공연은 오는 4월 16일부터 26일까지 AMT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무대를 풍성하게 채울 배우들의 면면도 무척 화려하다. 아리 악셀로드가 데이비드 역을, 에릭 마이클 질레트가 필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여기에 수잔 J. 잭스(글릭 부인 역), 켈리 레스터(루스 역), 알라이나 밀스(바바라 역), 가엘 섀퍼(프롬킨 부인 역), 사만다 쉬프먼(십보라 역), 네바 스몰(바이스 부인 역), 그리고 아디 역의 래리 토이터가 합류해 다채로운 캐릭터 앙상블을 선보일 계획이다. 극의 활력을 더할 앙상블 멤버로는 투어 가이드 역할까지 겸하는 아담 B. 샤피로와 대사 역의 리처드 쿤스를 비롯해 카이라 크리스토퍼, 타이 쾰러, 윌 모지어, 모건 시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뜻깊은 작품의 지휘봉은 J2 스포트라이트의 예술 감독이자 공동 설립자인 로버트 W. 슈나이더가 잡았다. 그는 해리 콜린스의 유려한 음악 감독과 오렌 코렌블룸의 생동감 넘치는 안무를 더해 원작의 매력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음악 슈퍼바이저 마일스 플랜트, 부연출 마이크 미니, 조명 디자이너 크리스천 스펙트, 그리고 드라마투르그 프레더릭 밀러 등 탄탄한 실력을 갖춘 창작진이 의기투합해 극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