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4 압도적 성능 공개에 퀄컴 수주설까지… 반도체 패권 탈환 ‘파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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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두 핵심 사업 영역에서 동시에 기술 리더십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의 기술 격차를 증명하는 구체적인 성능 지표를 공개한 데 이어, 그간 소원했던 대형 고객사의 복귀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HBM4, 마의 ‘11Gbps’ 벽을 넘다

지난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 현장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확인하려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삼성전자는 부스 중앙에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 실물을 배치하고 구체적인 목표 성능을 공식화했다.

공개된 스펙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HBM4의 동작 속도를 최대 11Gbps(초당 11기가비트), 스택당 대역폭은 최대 2.8TB/s로 제시했다. 이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규정한 표준 속도인 8Gbps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미 해당 속도를 구현한 샘플을 엔비디아에 제공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번 공식 발표를 통해 이것이 사실임이 간접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성능 제원표에 ‘최대(up to)’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각주를 통해 “현재 기준의 HBM4 목표치를 바탕으로 했으며, 확장 버전인 HBM4E는 10Gbps 초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에너지 효율 2.3pJ/bit, 전원 전압 최적화 등 세부적인 기술 지표를 함께 공개하며, 다가오는 2026년부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주류 메모리 솔루션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1c D램’ 승부수, 뺏긴 주도권 되찾는다

이번 HBM4 기술 공개는 5세대인 HBM3E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던 삼성전자의 절치부심이 담겨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10나노급 5세대인 ‘1b’ D램을 HBM4에 적용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다음 세대 공정인 ‘1c’ D램을 적용하는 강수를 뒀다. 이는 공정 미세화 기술력을 앞세워 단번에 전세를 뒤집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1c D램 공정 기반의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 출하를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한 SK하이닉스 또한 HBM4 실물을 전시하며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 측은 지난 9월 HBM4 양산 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현재 엔비디아와 공급 협상을 막바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양사 간의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파운드리도 부활 신호탄, 퀄컴과의 재결합 유력

메모리 분야의 기술 과시와 더불어 파운드리 쪽에서도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스마트폰 프로세서(AP) 시장의 강자 퀄컴이 다시 삼성전자의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 소식에 따르면 퀄컴은 차세대 2나노(nm) 칩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만약 이 계약이 성사된다면 삼성전자는 약 4년 만에 퀄컴의 칩 생산을 다시 맡게 된다. 삼성전자는 과거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생산했으나, 2022년경 발열 및 수율 문제 등으로 인해 파트너십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퀄컴은 대만 TSMC에 물량을 맡겨왔다.

이번 재결합설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온 발열 및 공정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적 신뢰를 회복했음을 시사한다. 스마트폰부터 AI 반도체, 그리고 애플의 디스플레이 부품까지 공급하며 전방위적인 부품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있어, 퀄컴의 귀환은 단순한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이 다시 한 공장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열리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가 다시금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