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으로 부의 지형도 재편… 머스크 “미래엔 은퇴 자금 필요 없다” 파격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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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열풍이 전 세계 부의 지형도를 다시 쓰고 있다. 지난해 미국 증시의 기술주 랠리에 힘입어 세계 500대 부호들의 순자산은 총 10조 달러(약 1경 4천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자산 증식의 중심에 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역설적이게도 “앞으로는 은퇴를 위해 저축할 필요가 없다”는 파격적인 미래 전망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세계 500대 부호 자산 10조 달러 시대와 머스크의 독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세계 500대 부자의 순자산 합계는 독일, 일본, 호주의 국내총생산(GDP)을 모두 합친 수준과 맞먹는 규모로 불어났다. 특히 ‘매그니피센트 7’을 위시한 기술주의 강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맞물리며 미국 기술 업계 부호들의 자산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증가액 중 43%가 미국 테크 거물 8명에게 집중된 현상은 AI 산업이 부의 창출을 주도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압도적인 수혜자는 단연 일론 머스크다. 그의 순자산은 지난 한 해 동안 두 배로 불어난 4,320억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공고히 했다. 2위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의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으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등 다른 테크 리더들도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역시 AI 칩 수요 폭증에 힘입어 자산 순위가 급상승했다.

반면 명품 소비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자산이 크게 줄며 5위로 밀려났고,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영향으로 이재용 회장의 순자산이 감소세를 보였다. 가상화폐 시장의 랠리로 자오창펑 바이낸스 창업자의 자산이 급증하는 등 글로벌 경제 트렌드 변화가 부호 순위에 즉각 반영되는 모습이다.

“AI와 로봇의 초음속 쓰나미가 온다”… 머스크의 미래 진단

천문학적인 자산을 거머쥔 머스크는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 재정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대중에게 “10년, 20년 뒤의 노후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며 현재의 저축 행위가 미래에는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의 배경에는 AI와 로봇 공학의 급격한 발전이 가져올 ‘초음속 쓰나미(supersonic tsunami)’급 변화에 대한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

머스크는 2030년경이면 AI가 모든 인류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수준에 도달할 것이며, 지구상에 인간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고도로 발달한 기술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풍요를 뛰어넘는 시대를 열게 된다. 이는 단순한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을 넘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보편적 고소득(Universal High Income)’의 시대를 의미한다.

노동의 종말과 새로운 삶의 방식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에서 전통적인 노동과 임금, 저축의 개념은 설 자리를 잃는다.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사무직 업무의 상당 부분도 AI가 대체할 것으로 보이며, 5년 내에 의료 서비스의 질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그는 미래의 노동을 ‘생존 수단’이 아닌 스포츠나 게임 같은 ‘취미 활동’에 비유했다. 마치 마트에서 채소를 살 수 있음에도 취미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처럼, 미래의 인간은 원할 때만 일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현실적인 우려와 철학적인 질문도 공존한다. 현재 수많은 미국인이 인플레이션과 임금 정체로 저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머스크의 발언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다. 또한, 머스크 스스로도 경고했듯 노동이 필수가 아닌 사회는 인간에게 깊은 상실감을 안겨줄 수 있다. 모든 욕구가 즉각적으로 충족되는 세상에서 인간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는 기술적 풍요 뒤에 남겨진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