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일 부품장비기술 격차 해소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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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일 부품장비기술 격차 해소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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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2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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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규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이선규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국내 산업현장에서는 30여년전부터 한·일간 기술격차 문제를 우려해 왔다. 최근 일본이 소재·부품·장비에 대해 수출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주요 기계 부품과 생산 장비를 오랫동안 공급하고 사후관리(AS) 해오면서 한국의 현장과 기술현실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사고에 익숙한 일본 관리들로서는 한·일간의 외교마찰시 언제든 쓰고 싶어 하는 카드였을 것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와 국민소득 수준에서 볼 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일본과의 부품기술과 장비기술에서 격차가 심하다. 그동안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투여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은 대부분 극복됐다. 하지만 10년 이상 긴 호흡을 가지고 수많은 주변기술을 동원한 전략적 기술은 여전히 우리 과제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시행해 왔던 정부의 산학연 협력체제에 막대한 자금을 투여하는 것으로 자발적으로 이 상황을 해결할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연구개발자금은 충분히 많이 투여했으나 현실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기술개발인력부족과 단기실적요구에 따른 개발기간이라는 문제에 본질이 있다. 혁신적인 해결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할 때다.

한국 대기업의 자본과 시장논리 때문에 장기간 필요한 기술개발은 항상 후순위로 밀려났고, 귀중한 기술인력 또한 보호하지 못하고 직장을 떠나야 했다. 고급인력의 대기업 쏠림 현상 때문에 부품의 기술혁신을 해 나갈 중견·중소기업은 기술개발인력이 태부족이다. 일본에서는 국민세금이 투여되는 국립대 출신들을 민간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는 국민정서 아래 전후 50년 넘게 암암리에 제한해 왔다고 전해들은 바 있다. 이 점이 일본 대졸이상 고급기술 인력이 지방중견기업까지 광범위하게 분포돼 중소기업기술과 지방국립대 발전의 핵심이다. 이것을 모두 장인정신의 결과로만 잘못 해석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첫째 대기업의 협력회사 기술개발 참여가 절실하다. 고급기술인력을 블랙홀처럼 안고 있는 대기업들이 자사 제품 협력회사와 납품회사의 기술개발에 직접 파견참여해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 일부 대기업에서 유사한 형식을 취하는 곳도 있지만, 인력과 자본사정이 매우 열악한 중소기업에 단가절감과 성능향상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자문역에 머무르지 말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시책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둘째 중장기 기술개발이 가능한 산학협력 기술개발 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국내에서는 정부출연연구소와 그 분원 운영으로 지역 산업단지의 기술개발을 독려해 왔다. 그러나 다수의 고액연봉 연구원이 장기적인 기술개발참여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정부 재무구조상 쉽게 용인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산업계 문제해결에 나설 연구원과 기술원 부족의 한계를 드러낸 지 오래됐다.

독일 공대에는 프라운호퍼라는 대형 산학협력시설이 설치돼 있고 대학원생과 박사연구원들이 현장기술을 경험하면서 실전형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공과대학과 산업체간에 이같은 상시적인 산학협력기술개발체제로 가칭 한국식 중기종합기술원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출연연구소 분원들이 현재의 지역산업특성에 맞춰 충분히 설치돼 있다. 이 풍부한 개발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으로 연구소설립을 제안하는 바이다. 현재의 연구소분원을 광역별로 묶어 거점대학의 중기전략연구소로 체제 변경하고, 중앙에 네트워크방식의 기술원을 둬 전국에 배치돼 있는 시설과 인력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

또한 시설과 박사연구원 아래 대학원생을 지속 투입 가능하도록 산업체 유경험 대학교수가 연구소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는 병역특례 전문연구원을 중기 전략연구소에 집중 배치해 관리 운영하는 방식이다. 재직중인 연구원들의 저항이 매우 크겠지만 지속적인 인력공급체제에서 국가적으로 절실한 기술개발을 이어가면서 대학 교육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있어 지방공대와 연구소, 산업체가 모두 발전할 수 있는 체제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셋째 사내전용 공정기계개발과 기술자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 제조업체는 각사의 특성에 따라 일부 공정에서 사내 전용기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역량이 기술혁신을 결정짓는 회사의 경쟁력이다. 센서, 제어, 시뮬레이션, 정밀설계, 조립 시스템 등 전용기계를 다룰 수 있는 고급기술자 양성이 시급하다.

이선규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계공학부 교수 skyee@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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